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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5일차

시작했나 싶더니 벌써 일정의 절반을 지나 임진각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전체 일정 가운데 가장 긴 116km를 달렸습니다. 어림잡아 오전 오후 각각 60km 가까이 달려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해지기 전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민영이 코에서 피가 한방울 주룩 흘렀습니다. 금방 멎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자전거를 타다보니 무전이 들려요. "팀1, 코피가 나서 한 친구가 멈췄습니다. 의료팀 확인바랍니다." 아이쿠.. 민영이 힘들었구나.. 조금 더 살피고 쉬게 했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에 버스에 탄다고 연락온 친구는 창원 참가자였어요. 휴식 후에 자전거에 올라타서 출발하니 목덜미가 따갑고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가 온 몸..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4일차

어제 아이들이 라면을 신나게 먹으면서 품평을 하는데, 신라면, 진라면, 삼양라면 등등을 얘기하다가 결론은 생협 감자라면이 제일 맛있다는 것으로 모아졌습니다. 감자라면 면발이 쫄깃하다는 동주 말에 창학이가 동의하면서 대세가 결정되었습니다. 국호는 라면 다 끓이고 깨워달라며 잠시 눈을 붙였는데 그대로 아침까지 푹 잤습니다. 창학이가 깨웠는데도 안 먹는다며 그냥 잤거든요. 병찬이는 먹는다 안 먹는다 소리도 못하고 완전히 넉다운 되어 잠들어버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국호는 왜 안 깨웠냐며 투덜댔고, 병찬이는 하루 종일 라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며 다녔습니다. 오늘은 꼭 야식을 먹겠다면서요.  아득히 멀리서 6시 기상 알람이 들렸습니다. 천근만근 몸을 일으켜 시간을 보니 5분 동안 알람이 울리고 있었는데 못..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3일차

의령을 출발, 합천과 거창을 지나 무주로 넘어왔습니다. 이쪽 동네를 잘 몰랐는데 산이 많아요. 오전에 4구간, 오후에 2구간을 타는데 모든 구간에서 크고 작은 산을 하나씩 넘어야 했습니다. 오늘 숙소는 덕유산 무주쪽에 있는 콘도입니다. 덕유산을 넘어야 한다는 말이죠. 산 꼭대기를 오를 수는 없으니 산허리쯤 뚫린 터널을 지나갑니다.  이름이 굉장히 특이한데요, 빼재터널이랍니다. 오타 아녜요. 옛날에 걸어서 넘어다니던 고개 이름이 빼재이고, 그 아래 골짜기에 빼재마을이 터를 잡았어요. 그 밑에 뚫어놓은 터널인데, 높이와 경사도와 올라가는 거리가 뭐..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 가운데 가장 힘들었어요. 핑~ 돈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안양에서 온 친구가 한 말이 ..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2일차

아침 풍경16시 알람소리에 아무도 눈을 뜨지 않습니다. 불을 켜니 그제야 눈을 찌푸리며 몸을 뒤척이는 아이들, 헤이쥬드를 틀자 하나둘 몸을 일으킵니다. 자전거 주행복장으로 갈아입고 나머지 짐을 모두 싸서 트럭에 싣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아이들이 다 일어난 듯 싶어 저도 한참 짐을 싸다 둘러보니 아직도 엎드려 하늘로 쳐들린 커다란 엉덩이 하나가 보입니다. 찰싹 두들기니 벌떡 일어나서 갑자기 이불을 개는 모습이 꼭 안 자고 있었던 아이 같이 보입니다. 뭘 해야 하는지는 모르면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니 누구냐고요? 병찬이었습니다. 아침 풍경2자전거 옷을 챙겨 입느라 아이들이 바쁘게 움직이는데, 국호가 다급하게 다가와서 말합니다. "선생님, 자전거 옷이 없어졌어요." 국호는 어제 내려오는 스타렉스 안..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1일차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를 시작합니다.  광명YMCA 참가단은 최이은, 신국호, 이창학, 김동주, 김병찬, 이산, 이해민, 정민영까지 8명입니다. 광명Y 회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오신 정진영 선생님께서 자원지도자로 도움을 주십니다. 올해는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591.3km을 달립니다.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 150여명과 지도자 50여명이 남과 북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3년만에 다시 임진각을 향해 달려갑니다. 오늘은 첫 날로 전국 각지에서 YMCA 이름으로 모인 청소년, 지도자들이 첫 만남을 갖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전체 참가자가 단체 주행을 연습했고 곧바로 창원 청소년들이 우리를 축하하는 뜻으로 멋진 공연을 선물해주었어요. 앞으로는 아이들이 하룻동안 자전거 타며 지낸 이야기를 전하겠..

제14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마침

7월 31일 자전거 행렬 영월 청소년 수련관에 들어서는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긴장이 탁 풀리네요. 큰 사고 없이 완주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올해도 아이들의 안전한 주행을 위해 밤낮없이 도움을 주는 각지의 지도자들 언급을 안 할 수가 없지요. 아차 하는 순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 모든 지도자가 길 위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가장 직접적으로 지켜주는 건 로드가이드팀입니다. 동아대 싸이클동아리 팀원들이 해마다 자원해주는 덕분에 차량들 사이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습니다. 자전거주행이 국토순례의 꽃입니다. 그러나 자전거가 전부는 아니라 생활이 또다른 국토순례라는 안양Y 김유철 총무님 이야기가 와닿습니다. 생활지도, 의료팀, 홍보, 프로..

제14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7일차

7월 30일 남은 이틀의 여정은 여유롭습니다. 각각 4~50km씩 타면 되니까 이틀을 합쳐도 하루 주행거리 밖에 안됩니다. 여유있게 늦잠도 자고, 점심 때는 정선 5일장에 들러 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장이 서는 날이 아니어도 제법 사람이 많아요. 여기서 모둠별로 점심과 간식을 해결했습니다. 장터를 여기저기 둘러보고 뭘 먹을지 천천히 골라보고 싶은데 애들은 돌아다니기 싫다면서 짜장면과 제육볶음을 먹겠다고 발걸음을 멈춰버렸습니다. 이틀에 세 끼는 먹었던 제육볶음이라니.. 호야네를 놔두고 중국집이라니.. 어렵게 정선에 왔는데 평소에 먹어보기 힘든 걸 맛보고 가야지 하는 건 나이먹은 어른들 생각인가봐요. 모험과 도전이야말로 청춘의 상징이건만 닭강정에 눈이 돌아가고, 편의점은 어딨냐며 먹거리에서만큼은 익숙하고 안..

제14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6일차

7월 29일 국토순례 일정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휴가철 피크, 극성수기라고도 하며 숙박요금이 몇십만원에 달하는, 그러고도 방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주말에 자전거로 동해안을 따라 달려왔습니다. 오늘 우리가 지도상으로 127km, 실제 주행을 하고 나면 13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속초에서 양양을 지나 강릉을 거쳐 가는 동안 이만큼 많은 인원이 묵을 곳이 없기 때문이지요. 목적지는 정선으로, 다시 태백산맥을 넘어야 하죠. 넘어가는 길은 삽당령 고개입니다. 바로 어제 미시령을 넘었는데, 오늘 또 다시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니 아이들이 한숨부터 쉽니다. 그런데 미시령을 넘을 때 만큼 긴장하는 기색은 아닙니다. 막상 해보니까 넘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을까요? 미시령도 ..

제14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5일차

7월 28일 미시령. 우리나라 고개 가운데 손꼽히는 곳이지요. 국토순례 시작부터 아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미시령을 오늘 통과했습니다. 어제 이름이 없는 고개들을 오르는데도 그리 힘들었으니 오늘 넘어야 할 미시령은 얼마나 높고, 길고, 가파를지 모를 일이었어요. 양구에서 미시령을 넘기 위해 인제로 내려오는 내내 아이들이 돌아가며 물었습니다. "샘, 미시령 높아요?", "샘, 미시령에서 한 번 쉬어요?", "샘, 저 이번에 버스 타면 안돼요?" 긴장을 풀어주려고 처음엔 달래주기도 하고, 다독여서 용기를 북돋워주다가 물은 걸 묻고 또 묻는 아이들에게는 장난으로 엄포를 놓기도 했네요. 결국 미시령에 오르긴 올랐어요. 구름이 다시 돌아와준 덕분에 비교적 시원하게 달렸습니다. 미시령에 가까워질수록 산세가 험해졌고..

제14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4일차

7월 27일 1. 어제 넘은 말고개는 고개를 넘다가 말이 죽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2. 자전거를 타고 올라보니 말없이 페달만 묵묵히 밟게 됨, 고개를 오르다 보면 말이 사라져서 말고개가 아닌가 추측해 봄 3. 오늘 아침에 넘은 이름없는 고개에선 말이 서너마리는 죽어나갔을 것 같음 4. 그런 고개를 오늘 하루 4개 넘어옴 5. 언덕을 넘을 때마다 한결이는 딱 붙어 오고, 이은이는 떨어졌다가 따라오고, 표상이는 한참 뒤에 올라오고, 영준이랑 상훈이는 중간에 멈춰서 쉬는 패턴이 반복됨 6. 영준이가 멈추면 상훈이도 멈추고, 상훈이가 멈추면 영준이도 멈춰서버려서 서로 발목잡지 말고 그럴 땐 과감하게 친구를 버려두는 게 돕는 거라고 알려줌 7. 구름이 이젠 제 갈 길을 가서 하루종일 햇님과 함께 달렸음 8.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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