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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7일차

국토순례가 7박 8일로 끝나는 이유는 지도자의 체력이 그때쯤 한계를 맞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도 충분할 만큼 체력과 기술이 쌓였습니다. 14박 15일도 거뜬해 보입니다. 하지만 14박 15일짜리 국토순례라면 지도자는 선수교체가 필요할 것 같네요. 아마 참가할 때마다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일정이 끝나갈 무렵에는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나중에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가기에 7박 8일로 모자랄 텐데 어떡하나,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은 점심 먹고 난 직후입니다. 아이들도 배가 불러서 몸이 무겁고 다리가 팍팍해서 페달 한 바퀴 굴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

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6일차

하늘이 파랗고, 해가 이글거리는데 뭉게구름이 너무 예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왜 저 구름이 자전거 행렬 위에는 없는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더위에 지쳐 달리다 보면 문득 시원함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올려다보니 작은 구름 한 조각이 타는 듯한 뙤약볕을 막아주고 있던 겁니다. 저 멀리 솜사탕처럼 잔뜩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아니라 머리 위에서 햇빛을 가려줄 작은 조각구름이면 충분했던 것이죠. 편도 1차선 지방도에는 종종 가로수가 심겨있는데, 그 밑을 지날 때는 햇볕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저만치 가로수 그늘이 보이면 아이들이 환호합니다. 빨리 그늘로 가야 한다면서요. 야속하게도 그늘 밑에서 원하는 만큼 쉴 수는 없어서 계속 페달을 밟지만 마음만은 그늘 밑에 붙잡혀 있습니다. 신호에 붙잡혀 기다리고 있..

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5일차

아이들 눈치가 빨라졌다는 말씀을 드렸던가요? 이젠 길을 가다가 저 오르막을 오르느냐, 그 옆길로 빠지느냐 정도는 쉽게 알아맞힙니다. 오르막을 오르다가 산등성이 모양새를 보고 이젠 거의 다 왔다는 것도 알아차립니다. 국도에는 그늘 하나 없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산길은 가파르지만 그늘과 바람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자전거로 도로를 달리는 일도 이제는 익숙해졌고, 처음 경험하는 단체주행의 긴장도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지리산과 속리산을 넘어온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한 데다가 다리 근육에 힘도 붙어서 웬만한 오르막은 거뜬하게 오릅니다. 매일 덥고 힘들고 지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회복력은 놀라우리만치 대단합니다. 지리산 종주를 할 때도 걸으면서는 힘들다고 투덜대가 쉬는 시간에는 뛰어다니면서 ..

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4일차

국토순례 프로그램 4일째, 자전거 주행 사흘째입니다. 첫날에 호흡이 잘 안 맞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뒤집어서 생각하면 이후로는 점점 호흡이 맞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국토순례 7박 8일을 마칠 때쯤 되면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딱 절반을 마쳤을 뿐인데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속도를 줄이라는 구령은 “서행”입니다. 도로에 요철이나 돌부리 등이 있을 때 “바닥 조심”, 자전거 앞뒤 간격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라고 “간격 유지”, 뒤에서 자전거 대열을 추월하는 차량을 조심하라는 경고는 “후방차량”. 대열의 줄을 잘 맞추라고 “대열 정비”, 왼쪽으로 차가 지나가니 차선의 오른쪽에 바짝 붙으라고 “우로 밀착”, 내리막을 내려갈 때는 속도 때문에 더 위험하니 간격을 충분히 두라..

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3일차

어젯밤 숙소가 있던 곳은 황매산이었지요. 거의 산꼭대기까지 올라온 줄 알았는데, 아직도 정상은 아니더군요. 마저 이 산을 넘어가는 게 오늘의 코스입니다. 어제 내내 올라왔던 산을 넘어서 내려가는 길은 편안합니다. 아이들은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어제는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았다면서 오늘은 버스를 안 탈 수 있겠다고도 합니다. 아침에 산자락을 타고 흐르는 바람이 시원해서 산 정상까지 오르막을 올라도 땀이 안 납니다.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어제의 힘겨움의 원인을 아이들도 나름대로 생각해 본 모양입니다. 지도자들도 이렇게 힘든 이유가 뭘까 고민을 나누면서 다양한 원인을 짚어보았었지요. 해마다 역대 최고를 갱신하는 폭염을 빼놓을 순 없지만, 지금까지 늘상 외부의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에는..

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2일차

국토순례 2일차.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봉하마을 노무현 기념관 앞에서 발대식을 가졌습니다. 김해를 출발해서 창원 시내를 거쳐 의령을 지나 산청까지 왔습니다. 역대급 폭염의 한가운데에서 멀고 험한 길을 달려온 아이들이 느낀 힘듦과 그걸 이겨내는 뿌듯함은 한두 마디로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도자들조차도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으며 큰 사고 없이 무사히 하루 주행을 마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도자들은 다들 여기저기가 아프고 쑤셔서 파스와 테이핑에 의존하고 있는데 정작 아이들은 언제 힘들다고 투덜댔냐는 듯 펄펄 날아다닙니다. 저녁시간에는 신나는 사귐놀이로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기 전에 아이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더욱 서로를 챙겨주는 국토순..

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1일차

올해도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는 계속됩니다.드디어 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의 첫 발을 내딛습니다. 6월부터 한여름인가 싶게 덥더니, 7월 장마는 꼭 동남아에 온 것처럼 정신을 홀리고, 장마가 끝나니까 한반도 전체가 한증막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국토를 종단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떠나기 전부터 걱정이 한가득이지만,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부모님들에게선 별다른 염려가 전해지지 않습니다.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들에 대한 믿음과 또 아이들이 안전하게 목표를 달성하고 돌아오게 도와줄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가 물씬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까 싶네요. 이런 신뢰를 받고 있다는 건 YMCA 지도자로서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마침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달려온 600여km의 여정이 임진각에서 끝났습니다. 자유로를 달려 북쪽으로 향하는 길이 지금은 막혀있지만 언젠가 개성을 지나 평양까지 뻥 뚫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녀석은 통일되면 큰일 난다는 겁니다. 백두산까지 가려면 국토순례가 7박 8일 만에 안 끝난다는 거죠. 북녘땅은 산이 많고 길도 험해서 훨씬 힘들 것 같긴 합니다. 국토순례를 마치는 소감으로 많은 아이들이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합니다. 누구는 제주가기 전까지 3년을 내리 오겠다고도 하고 누구는 내년에 제주 안 가고 온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저는 완전히 한계인데 아이들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려면 아직 멀었군요.  마칠 때는 국토순례 모든 일정 중에 함께 아이들을 돌봐준 전국의 지도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7일차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니 가장 힘들었던 날은 빼재를 넘던 날도 아니고, 가장 긴 116km를 달린 날도 아닌 무더위로 푹푹 쪘던 날이었답니다. 양평을 출발하는 오늘 아침에는 폭염경보문자가 날아왔습니다. 6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를 마치면 8시쯤 됩니다. 8시에 자전거를 잡고 대열을 이루어 도로에 나섰습니다. 목덜미가 따갑게 햇볕이 내리쬡니다. 아침 8시의 햇볕이 이렇게도 뜨거운지 왜 이전에는 몰랐을까요. 더운 하루가 걱정되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길은 가야지요. 가다보니 어떻게든 다리는 움직입니다. 가슴이 답답할만큼 숨이 가빠도 여전히 깊이 들이쉬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젠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무릎이 찌릿찌릿 아파도 페달을 밟고 언덕이 나오면 그런가보다 하며 기어를 가볍게 걸고 꾸역..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6일차

아이들 얼굴에 뚜렷한 경계선이 생겼습니다. 콧등 위로는 하얗고, 그 아래로는 새까매졌습니다. 38선이냐고 농을 던지니 태극기라고 받아치는 능청과 여유를 보입니다. 하도 더우니까 비가 내리길 바라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비라도 내려서 열기를 좀 시원하게 식혀주면 좋겠다 싶었죠. 매일 일기예보를 보면서 내일은 오겠구나, 오후엔 오겠구나.. 하며 기대를 해봤는데 가는 곳마다 비가 안 와요. 먹구름이 끼었다가도 금세 맑아지고,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하면 또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7박 8일 동안 전국을 누비며 자전거를 타니 비를 하나도 안 맞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인데 이상하게 올해는 비가 우리를 피해가고 있었어요. 산이 말이 우리가 비구름을 밀어내는 거 아니냐고 해요. 그러고보니 비구름을 몰고 올라가는 우리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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