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5일차

bicycle_YMCA 2024. 7. 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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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했나 싶더니 벌써 일정의 절반을 지나 임진각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전체 일정 가운데 가장 긴 116km를 달렸습니다. 어림잡아 오전 오후 각각 60km 가까이 달려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해지기 전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민영이 코에서 피가 한방울 주룩 흘렀습니다. 금방 멎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자전거를 타다보니 무전이 들려요. "팀1, 코피가 나서 한 친구가 멈췄습니다. 의료팀 확인바랍니다." 아이쿠.. 민영이 힘들었구나.. 조금 더 살피고 쉬게 했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에 버스에 탄다고 연락온 친구는 창원 참가자였어요.

 

휴식 후에 자전거에 올라타서 출발하니 목덜미가 따갑고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가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시간을 보니 3시쯤 되었어요. 어제도 이맘때쯤 딱 제일 더웠다는 기억이 났어요. 어제는 증발할 것 같았고, 오늘은 아스팔트에 녹아내릴 것 같았어요.

 

 

오후내내 정말 더웠고, 몸은 몸대로 한껏 달궈져서 숨을 쉬는데 폐속에서 나오는 숨결이 꼭 뜨거운 히터같았어요. 아주 잠깐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식히고, 찰나에 지나가는 나무그늘 아래 햇볕을 피하며 실바람과 손바닥만한 그늘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큰 트럭이나 버스가 옆으로 지나갈 때 생기는 그늘이 어찌나 반가운지 버스가 줄지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각구름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에서는 계속 머물러 있고 싶어서 페달질하는 다리가 느려졌어요.

 

더운 숨을 내뿜으며 달리다보니 저 앞에 그늘이 보였어요. 곧 그늘 아래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로 기분이 좋아졌는데, 그늘이 가까워지질 않는 거예요. 잘못봤나 싶어 눈을 부릎떴는데 그늘은 여전히 저 앞에 있었습니다. 얼른 그늘에 들어가려고 다리에 힘을 줘 페달을 밟았어요. 그런데 세상에.. 그늘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어요. 하늘을 보니 바람이 구름을 앞으로 밀어내고 있더군요. 코 앞에서 먹을 걸 흔들어대다가 입을 벌렸더니 쏙 빼갈 때의 허탈함이 느껴졌어요.

 

 

그 순간엔 야속한 바람이었지만 사실은 오전 내내 바람이 우리를 도와주었습니다. 걱정이 될 만큼 먼 길이었지만 점심을 먹기로 한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무려 1시간 가까이 앞당겨 도착했어요. 시원하게 뚫린 국도를 달리는 동안 뒷바람이 우리를 밀어주더군요.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자전거가 앞으로 쭉쭉 나갔어요. 시속 27~8km로 내내 달려왔으니 말 다했죠.

 

오후 일정 또한 30분 이상 단축시켰어요. 청주와 진천의 경찰분들이 큰 도움을 주셨어요. 거의 모든 교차로마다 차량을 통제하며 자전거 대열을 원활하게 통행시켜주셨어요. 국토순례기간 동안 이렇게 큰 협조를 받아본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뜨거운 오후에 40km를 달리고 쉬는 시간, 진영샘 괜찮으시냐고 했더니 이제 한계라고 하십니다. 더위 때문인지 체력고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그냥 다 힘들다고요. 다음 구간을 달리다가 오르막 중간에 팀1 지도자 한명이 넘어졌다는 거예요. 순간 혹시 진영샘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다행히 창원에서 오신 선생님이랍니다. 아.. 다행이라기엔 좀 그렇고.. 그렇지만 마음은 다행이고 그랬습니다.

 

숙소는 명심체험마을입니다. 500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일 때 "팀1 정민영 뒷바퀴 펑크입니다." 라는 무전을 받았어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목적지가 얼마 안 남았으니 끌고 뛰어오라고 해주세요!" 도착해서 보니 대열 후미에 계신 선생님과 함께 왔더라고요.

 

 

오늘처럼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물을 찾게 되는데, 물만 많이 마시면 탈진합니다. 땀으로 물과 함께 온갖 체내성분이 빠져나갔는데 물만 보충하면 균형이 안 맞아요. 그래서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릴 땐 죽염을 꼭 같이 먹어야 합니다. 볍씨 아이들은 죽염 맛에 익숙하지만 죽염을 전혀 모르는 친구들도 있어요. 주변 아이들에게도 나눠주었더니 반응이 좋습니다. 처음엔 낯설어서 망설였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나봐요. 입에 넣고 살살 녹여 먹다가 아예 휴식지마다 또 달라고 하네요. "여기선 샘이 줄테니까 집에 가선 엄마한테 사달라고 해~ 두레생협 인산죽염이야."

 

저녁엔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추적놀이를 하고 지금은 곤히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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