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니 가장 힘들었던 날은 빼재를 넘던 날도 아니고, 가장 긴 116km를 달린 날도 아닌 무더위로 푹푹 쪘던 날이었답니다. 양평을 출발하는 오늘 아침에는 폭염경보문자가 날아왔습니다. 6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를 마치면 8시쯤 됩니다. 8시에 자전거를 잡고 대열을 이루어 도로에 나섰습니다. 목덜미가 따갑게 햇볕이 내리쬡니다. 아침 8시의 햇볕이 이렇게도 뜨거운지 왜 이전에는 몰랐을까요. 더운 하루가 걱정되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길은 가야지요.
가다보니 어떻게든 다리는 움직입니다. 가슴이 답답할만큼 숨이 가빠도 여전히 깊이 들이쉬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젠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무릎이 찌릿찌릿 아파도 페달을 밟고 언덕이 나오면 그런가보다 하며 기어를 가볍게 걸고 꾸역꾸역 올라갑니다.
그동안 쌓인 피로에 회복력이 뛰어난 아이들도 못견딥니다만 자전거에 올라타면 대열을 맞춰 능숙하게 주행합니다. 각종 구령에 힘차게 소리를 맞추고, 자기들끼리 기합을 넣기도 합니다. 신호등을 보고서 속도를 늦춰야 할 타이밍도 알아채고, 오르막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탄력을 받았다가 적당한 시점에 기어를 바꿉니다. 한꺼번에 여러대의 자전거가 철커덕거리며 기어를 바꾸는 소리가 들리면 꼭 악기 여러대로 합주를 하다가 합이 잘 맞을 때와 같은 쾌감이 듭니다. 이렇게 호흡을 딱 맞춘 아이들과는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우니 임진각에서 광명까지 자전거로 돌아갈까 물으니 몇몇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옆에서 진영샘이 얘들은 가자고 하면 진짜로 갈 애들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더 말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자전거가 저것보다 더 좋아요? 애들이 많이 묻는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통은 자전거가 아무리 좋아도 엔진이 나쁘면 꽝이라고 대답해줍니다. 자전거에 동력을 공급해주는 엔진은 다름아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자신입니다. 자전거의 성능보다는 체력과 기술이 더 중요하단 뜻이죠. 그러면 아~ 하고 알아들어요. 그런데 옆에서 자전거는 그냥 다 좋은 거야, 이러는 거예요. 어! 저 말이 더 멋있는 거죠. 그러고보니 자전거는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입니다. 오직 내 힘만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도 멋진 일이지요. 앞으로는 저도 그렇게 말하려고요. 자전거는 다 좋은 거야~
저녁 프로그램은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흥과 끼를 자랑하는 복면가왕입니다. 광명에선 이은이가 참가했습니다. 결과가 뭐 중요하겠습니까마는... 한창 변성기를 거치고 있는 남자 청소년들에게 노래 자랑은 좀 가혹한 미션인 것 같습니다. 이은이 얘기는 아닙니다. 절대로...
이제 밤을 보내면 내일 아침엔 임진각까지 국토순례의 마지막 50여km를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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