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

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6일차

bicycle_YMCA 2024. 8. 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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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파랗고, 해가 이글거리는데 뭉게구름이 너무 예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왜 저 구름이 자전거 행렬 위에는 없는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더위에 지쳐 달리다 보면 문득 시원함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올려다보니 작은 구름 한 조각이 타는 듯한 뙤약볕을 막아주고 있던 겁니다. 저 멀리 솜사탕처럼 잔뜩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아니라 머리 위에서 햇빛을 가려줄 작은 조각구름이면 충분했던 것이죠.

 

편도 1차선 지방도에는 종종 가로수가 심겨있는데, 그 밑을 지날 때는 햇볕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저만치 가로수 그늘이 보이면 아이들이 환호합니다. 빨리 그늘로 가야 한다면서요. 야속하게도 그늘 밑에서 원하는 만큼 쉴 수는 없어서 계속 페달을 밟지만 마음만은 그늘 밑에 붙잡혀 있습니다. 신호에 붙잡혀 기다리고 있을 때, 마침 육교 밑이라면 운이 좋은 친구입니다. 육교 그늘이 긴 대열 전체를 가려줄 수는 없으니까요. 저 앞에 빨간 불이 들어와서 대열이 서서히 멈추면 뒤따르는 청소년들이 “제발, 제발...” 비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기 위에 육교가 오면 좋겠다는 거지요. 그 한 줄의 그늘이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준다는 걸 청소년들도 점차 깨닫고 있습니다.


물 한 병도 모자라서 보급차로 달려들던 아이들인데, 이제는 차례를 기다리며 친구들에게 먼저 나눠줄 줄도 압니다. 하루에도 오르막을 수십 개씩 오르내리며 한여름의 더위 속에 타는 듯한 갈증을 공유하는 동지애는 마치 생사를 넘나들며 쌓은 전우애와 비슷하달까요. 대열이 길게 늘어지거나 중간에 끊어져서 꽤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보급차가 모두에게 한 번에 물을 나눠주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의료차량과 홍보차량에도 물을 조금씩 싣고 다니는데, 그러면 언덕에 올라서서 숨을 헐떡거리는 아이들에게 모두 충분하게 주기 어려울 때도 있게 마련이죠. 가진 물을 조금씩 나누면서 물 한 모금의 소중함 또한 깨우칩니다. 500ml 생수 한 병을 혼자서 다 마시고도 모자란다고 아우성치던 아이들이었지만, 이제 같은 한 병으로 20명에게도 나눠줄 수 있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 급한 갈증을 해결하면 옆 친구에게도 물병을 건넵니다.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목격했습니다.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구름 한 조각, 손바닥만 한 그림자, 겨우 한 모금의 물에도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대한민국에 흔치 않은 청소년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불가마가 되어버린 한반도에서 살인적인 더위를 이겨내고 7박 8일 동안 자전거로 전국을 누빈 단 60명의 청소년입니다.


시내로 들어오니 교차로와 신호등, 통행량이 많아졌습니다. 정말 많습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같은 거리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길어졌습니다. 게다가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자동차의 열기가 더해지고 건물에 막혀 바람도 안 부니 꼭 찜통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습니다. 앞뒤로 통행하는 차들에 섞여 주행하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더욱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구령을 외쳐봅니다.


지나치는 운전자들도 우리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손 한 번씩 흔들어주시고, 파이팅! 하고 외치며 응원해주셔서 큰 힘을 얻고 페달을 계속 밟을 수 있었습니다. 천안, 평택, 오산, 수원의 시민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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