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마침

bicycle_YMCA 2024. 7. 2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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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달려온 600여km의 여정이 임진각에서 끝났습니다. 자유로를 달려 북쪽으로 향하는 길이 지금은 막혀있지만 언젠가 개성을 지나 평양까지 뻥 뚫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녀석은 통일되면 큰일 난다는 겁니다. 백두산까지 가려면 국토순례가 7박 8일 만에 안 끝난다는 거죠. 북녘땅은 산이 많고 길도 험해서 훨씬 힘들 것 같긴 합니다.

 

국토순례를 마치는 소감으로 많은 아이들이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합니다. 누구는 제주가기 전까지 3년을 내리 오겠다고도 하고 누구는 내년에 제주 안 가고 온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저는 완전히 한계인데 아이들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려면 아직 멀었군요.

 

 

마칠 때는 국토순례 모든 일정 중에 함께 아이들을 돌봐준 전국의 지도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총무팀은 매일 잠자리와 식사를 책임지고 준비해주십니다. 적당한 주행거리마다 아이들이 편하게 쉬며 재충전할 수 있는 숙소를 구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은 숙소에 따라 그날그날의 코스가 달라지게 되지요. 숙소마다 방 크기가 다르니 매번 지역별 인원을 고려해서 방배정을 해줍니다. 식수, 식사, 빨래, 샤워 등 아이들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꼼꼼하게 챙겨주시느라 총무팀 선생님들은 밤늦게까지 쉬지 못하고 바쁘게 움직이십니다.

 

숙소에 들어가면 일단 씻고 먹은 다음 저녁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큰 주제인 통일을 줄기로 청소년들이 서로 어울리고 국토순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재밌게 진행해주는 건 프로그램팀입니다. 낮에는 LED차량을 타고 아이들 옆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고 응원을 보내줍니다. 아침에는 체조와 율동 진행도 맡아줍니다.

 

보급팀은 휴식지마다 물과 간식을 제공하기 위해 발에 땀이 납니다. 자전거 국토순례 대열은 보통 15~20km마다 한 번씩 쉽니다.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주행을 하고 10~20분간 휴식을 갖습니다. 보급팀은 휴식지에 앞서 가서 자전거 180여대와 스타렉스 4대, 1톤 트럭 2대, 5톤 트럭 1대, 45인승 버스 1대를 주차하고 아이들이 그늘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지점을 확보합니다. 그런 다음 팀별로 간식을 배분해놓습니다. 마실 것은 이온음료, 주스, 물이 번갈아 나오고, 간식은 초코바, 바나나, 소세지, 연양갱을 주로 먹었네요. 휴식지에서 보급차 주변은 뭐 하나라도 더 얻어먹으려는 아이들로 항상 북적입니다. 광명에서는 병찬이가 단골 손님이었어요.

 

정비팀은 펑크를 때우거나 튜브를 갈아줄 일이 가장 많습니다. 그밖에도 자잘하게 손 볼 일이 다양하게 생깁니다. 주행 중에 고장 난 자전거는 정비트럭에 싣고, 아이는 예비자전거를 이용해서 다음 휴식지까지 갑니다. 아픈 아이들도 자전거는 트럭에 올리고 버스를 탑니다. 1구간을 타면서 5~6번은 자전거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 같습니다. 휴식지에서도 아이들이 이걸 봐달라, 저걸 봐달라 찾아오기 때문에 쉴 틈 없이 정비를 하고, 자전거를 계속 트럭에 올렸다 내렸다 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가는 의료팀은 간호학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환자와 부상자를 돌보고 필요한 응급처치를 해줍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너무 열을 받으면 두통, 집 떠나서 화장실을 오래 못 가면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생깁니다. 넘어져서 긁히고 찢긴 상처도 부드럽고 다정한 말투와 함께 살뜰한 손길로 보살펴주면 씻은 듯이 낫습니다. 안 아파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괜히 찾아가보는 곳이 의료팀입니다. 시간을 봐가면서 환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의료팀에게도 밤낮이 따로 없습니다.

 

홍보팀 또한 밤잠 못자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낮에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찾기 위해 분주합니다. 차를 세우고 육교 위에 올라가는 건 기본이고,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밤에 저녁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면 그 때부터 홍보팀의 진짜 업무가 시작됩니다. 낮에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추려서 영상을 만듭니다. 동영상을 모두 만들고 나서야 잠을 잔다는군요.

 

앞서 얘기한 여러 이유로 자전거를 못 타게 된 친구들은 버스를 이용합니다. 45인승 버스가 대열 뒤를 따라다니면서 길가에 멈춰선 아이들을 주워 담습니다. 언덕을 오르다가 힘들면 너도나도 못 타겠다고 주저앉아서 버스가 아이들로 가득 차기도 습니다. 그럴 땐 버스 에어컨이 고장 났다면서 꺼버리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버스 이용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로드팀은 길 위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집니다. 동아대 싸이클 동아리 친구들이 해마다 도와줍니다. 이 친구들은 여름방학 행사로 1000km에 달하는 전국일주를 한답니다. 전국일주를 마쳐야 YMCA국토순례 도우미로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고 하네요. 처음에 듣고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 들어보니 더욱 놀랄 일이 생겼어요. 잠은 주로 마을회관을 이용하고, 밥은 직접 취사를 해먹는답니다. 식재료 또한 대부분 각자 집에서 된장, 고추장 등을 공수해온다는데요, 그러다보니 어떤 날은 1인당 식비가 딱 200원이었답니다. 된장국에 넣을 두부값만 들었대요. 그 말을 듣고 반해버렸어요. 완전히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친구들이었던 거죠. 볍씨 스타일입니다.

 

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지요. 국토순례의 주인공은 물론 참가한 아이들이지만, 지도자 가운데 최전선이라면 역시 생활지도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7박 8일 동안 아이들과 동행하며 자전거 주행부터 먹고, 자고, 씻는 것까지 챙겨주는 분들이 생활지도자입니다. 광명에선 정진영선생님이 정말 애써주셨습니다.

 

각 지역의 YMCA 실무자 외에도 힘을 보태주신 많은 자원지도자 덕분에 자전거 국토순례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토순례의 의미에 공감하고 YMCA 청소년 운동에 함께 하기 위해 먼 길 마다않고 달려오셨어요. 이 분들의 열정에 여러 차례 감탄하고 감동을 받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뜨겁게 여름휴가를 보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들 이야기는 저보다는 정진영선생님께 밥 한 번, 술 한 번씩 대접하며 들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따로 맡은 역할이 있어 아이들 옆에 잘 있어주지 못했거든요. 다만 이은이와 국호 덕분에 참 든든했다는 말은 꼭 남기고 싶네요. 볍씨 동생들이 제멋대로 굴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고, 한마디 할라치면 도리어 따지고 들 때 못마땅하기도 했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동생들을 챙기며 휴식지와 숙소에서 형 노릇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두 친구의 국토순례 참가 동기는 각자의 담임선생님이었어요. 국호는 보람샘이 한국사시험볼래, 국토순례 갈래? 했더니 국토순례를 선택했고, 이은이는 제가 꾸역꾸역 밀어넣었어요. 두 녀석 모두 나는 원해서 온 게 아니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 오기 싫었으면 안 왔겠죠. 정말 좋은데, 아이들한테 진짜로 좋은데, 말로 하자니 쉽지 않은.. 그런 거 아시죠?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하지는 못했지만 교사들이 강권했고, 어쨌든 끄덕이며 따라왔다는 건 결국 교사를 믿어주었다는 얘기죠. 그래서 더욱 고마움이 큽니다.

 

못다한 이야기가 많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이정도로 2019년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 자전거 국토순례 이야기를 마칠까 해요.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마무리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7박 8일 동안 600km에 걸쳐 자전거를 타며, 또 전국에서 모인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며 생각하고 느낀 게 많았을 것 같아요. 제가 글로 풀어낸 것도 그 중의 일부일 뿐이고요. 아이들이 몸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느낀 것들은 각자에게 순간순간 쌓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힘들고, 위험할 수도 있지만 YMCA와 지도자를 믿고 아이들을 보내주신 부모님들 덕분에 국토순례가 가능합니다. 일일이 답변을 못했지만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무사히, 안전하게, 큰 감동으로 국토순례를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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