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4일차

bicycle_YMCA 2024. 7. 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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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들이 라면을 신나게 먹으면서 품평을 하는데, 신라면, 진라면, 삼양라면 등등을 얘기하다가 결론은 생협 감자라면이 제일 맛있다는 것으로 모아졌습니다. 감자라면 면발이 쫄깃하다는 동주 말에 창학이가 동의하면서 대세가 결정되었습니다. 국호는 라면 다 끓이고 깨워달라며 잠시 눈을 붙였는데 그대로 아침까지 푹 잤습니다. 창학이가 깨웠는데도 안 먹는다며 그냥 잤거든요. 병찬이는 먹는다 안 먹는다 소리도 못하고 완전히 넉다운 되어 잠들어버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국호는 왜 안 깨웠냐며 투덜댔고, 병찬이는 하루 종일 라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며 다녔습니다. 오늘은 꼭 야식을 먹겠다면서요.

 

 

아득히 멀리서 6시 기상 알람이 들렸습니다. 천근만근 몸을 일으켜 시간을 보니 5분 동안 알람이 울리고 있었는데 못들었나봐요. 저는 느릿느릿 겨우 몸을 움직이고 있는데, 뜻밖에도 아이들은 저마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옷을 입고 짐을 싸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제의 피로는 흔적도 안 보이네요. 라면 못 먹었다고 칭얼대는 것만 봐도 피곤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좀 웃긴 건 아이들이 자꾸 며칠 남았냐고 물어요. 그러면서 날짜를 앞당기는 거죠. 국호가 짐을 싸다가 오늘이 수요일인가요? 하고 묻는 걸 들으면서 웃었는데, 옆에서 진영샘도 자꾸 날짜가 얼마 안 남은 것 같이 느껴지신답니다. 얼른 일정이 지나가고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이 날짜를 하루이틀씩 앞당겨 계산하게 만드나봅니다.

 

아침 첫 코스 20km는 모두 내리막이었습니다. 무려 20km가 내리막이라니.. 신나게 달려내려가면서 수없이 외친 말은 서행! 안전거리 유지! 양손브레이크! 였습니다. 내리막은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며 페달을 굴리지 않아도 자전거가 알아서 굴러가는 너무 반가운 길이지만 또 한편 너무 위험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내리막에서는 아차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 내내 두 손으로 브레이크를 꼭 잡고 있으려니 손에 쥐가 날 것 같습니다.

 

다 내려와서는 내리막이 너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에게 그럼 오르막이 더 좋냐고 물으니 대답을 안 합니다. 내려오면서 가파른 경사와 그 길이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계속 감탄했습니다. "우와~ 우리가 내려가고 있으니까 다행이지, 이 길을 거꾸로 올라온다고 생각하면 죽을 것 같은데?" 그리고 다음 순간 '아~ 우리가 어제 반대편에서 이만큼 올라오느라 죽을 뻔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나 애들이나 어제 일을 까맣게 잊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아이들이 내리막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며칠 사이에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가고 있는 게 보입니다. 첫 날만 해도 빠른 속도가 무서워 브레이크를 꼭 움켜쥐고 대열을 따라오지 못하던 아이들이 수두룩했어요. 이제는 30km 가까운 속도에도 간격과 줄을 잘 맞춰서 무리 없이 따라옵니다.

 

신나게 내려온 건 20km 첫 구간으로 끝입니다. 점심 먹기 전에 구천동터널과 치목터널을 지났어요. 말로만 듣던 그 무주구천동입니다. 지나는 길에는 라제통문이 가까이 있다는 안내판도 있었습니다. 태백산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백제와 신라를 가로막아 국경으로 삼았던 산줄기이니 참 크고 높을 것이며, 산세도 깊고 험하리라 짐작해 봅니다.

 

이제 아이들도 터널 표지판이 보이면 곧 산을 올라야 한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선 뭔가 억울한 듯이 따져요. 터널을 만들거면 산 밑에다 만들어야지 왜 산꼭대기에 만드냐는 거죠. 아무튼 터널 입구는 대부분 산 중턱도 아닌 꼭대기 바로 밑에 있습니다. 터널에 오르기까지의 길은 업다운의 무한반복입니다.

 

무주에서 출발해 논산까지 왔어요. 오는 길에 금산에 들러 점심을 먹었어요. 무주에서 금산으로 넘어올 때는 적성산을 넘었고, 금산에서는 대둔산을 넘어야 논산으로 올 수 있습니다. 진영샘은 덕유산을 넘고 나니 적성산, 대둔산은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어제 큰 산을 넘었더니 아이들에게도 이제 이 정도 언덕과 산은 가벼운 모양입니다. 다만 푹푹 찌는 더위에 금방 지쳐서 힘들었어요. 저는 산산이 물방울로 분해되어 증발하는 줄 알았습니다. 병찬이는 얼굴에서 폭포가 쏟아졌다는 말로 자기 땀줄기를 표현했어요.

 

 

저녁시간은 통일 UCC제작과 통닭야식으로 보냈습니다.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번갈아 들리던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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