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 세 번째 날, 자전거를 탄 지 이틀째입니다.
어젯밤엔 아이들이 에어컨을 잔뜩 켜놓고 자길래 온도를 조금 높여놓았습니다. 너무 높이면 덥다면서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온도를 낮추는 친구가 있을지 몰라 춥지는 않게, 그러나 애들이 일어날 만큼 덥지도 않게 신경써서 맞추었습니다.^^
아이구.. 아침에 일어나는데 알람소리가 멀게만 느껴지고, 몸이 찌뿌둥합니다. 조금 더 일찍 자야 몸이 회복될 것 같아요. 부모님들께는 조금 민망한 말씀이지만, 한해한해 몸이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30대 중반이 되니까 회복속도가 느려요.^^; 그래도 5분 뒤 두 번째 알람에는 몸을 일으켜야합니다. 지도자가 5분 늦으면 아이들은 10분 늦게 마련이에요. 아이들이 10분 늦어서 출발이 지연되면 이후 일정은 계속 조금씩 더 늘어집니다. 길면 하루에 120km를 달리고 보통 90km 내외를 타는데 일정이 늦어지면 정말 힘이 듭니다. 휴식과 식사시간도 짧아지고, 숙소에 들어가는 시간도 늦어져서 푹 쉬기도 힘들죠.
벌떡 일어나 알람을 끄고 둘러보니 아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잠은 깬 것 같은데 일어나기 싫어서 뒤척이는 아이들도 있고, 알람이 울렸는지 어쩌는지 모르고 정신없이 코를 고는 아이들도 있어요. "일어나자~!!" 큰 소리로 외치니 아이들 모습이 한 단계씩 바뀝니다. 뒤척이던 아이들은 몸을 일으켜 앉아 눈을 부비고, 잠에서 못 깨어난 아이들은 이제야 이불을 더 끌어올려 아예 뒤집어씁니다. 불을 켜고, 이불을 젖혀가며 몇 번을 재촉해서야 겨우 모두들 일으켜 세울 수 있었어요.
다들 피곤했겠지요. 첫 날이라 피로가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조금씩 익숙해져갑니다. 물론 체력은 그만큼 떨어져서 따지고 보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어쨌든 점점 엄청 힘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거죠. 믿거나 말거나..ㅎㅎㅎ
보통 6시 기상, 씻고 짐을 싼 다음 자전거 복장을 갖추고 짐을 버스에 올리고 나서 7시에 아침식사, 7시 40분에 스트레칭 후 자전거를 챙겨서 8시부터 주행을 시작합니다. 20km 정도 달리고 첫 번째 휴식. 20분쯤 쉽니다. 쉴 때는 몸 상태는 괜찮은지, 달리면서 자전거 이상은 없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의료팀과 정비팀을 찾아갑니다. 그 밖의 친구들은 모여서 팀별로 물과 간식을 받아서 맛있게 먹어요. 정말 맛있게 먹어요.
양갱은 아이들이 별로 반기지 않는 간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광명 연습 때도 생협 양갱을 하나씩 줬더니 영준이 상원이는 안 먹고 가방에 넣더라고요. 빵도 남기는 친구들이 종종 있습니다. 소화시키기 힘들어서 그럴 수 있어요. 힘이 많이 들면 위가 일을 안 하려고 하거든요. 이건 진짜예요. 믿으셔도 됩니다. 어제 이성당의 유명한 단팥빵과 야채빵 중에 하나만 먹어서 물론 맛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서운했는데 오늘 간식으로 이성당 단팥빵이 나오더군요. 저는 단팥빵이 더 맛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먹다 남긴 빵이 많아서 너무 아까웠어요.
오늘 오전에는 덥지 않아서 달리기에 참 좋았습니다. 아침에는 습도가 높아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났어요. 자전거를 타기도 전에 온몸이 흠뻑 젖었지요. 오늘도 더워서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뜻밖에 선선했습니다. 구름이 해를 가려주고, 바닷바람이 시원해서 이 정도면 달릴만 하겠다는 생각이었죠. 정오가 가까워지니 구름이 걷히고 해가 드러납니다. 뙤악볕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달릴 땐 좀 덥다 싶은데, 멈춰서면 깅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등과 어깨, 허벅지가 뜨거운 불에 데인 것 같아요. 과장이 아녜요. 어제 하루 썬크림을 깜박 잊은 제원이는 눈 주변만 그을려서 배트맨이 되었다가 하루 지나니 조금 옅어져서 팬더로 변했습니다.
새만금 방조제는 길도 넓고, 차도 적고, 신호도 없어서 아무 걱정 없이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졸다가 넘어질까봐 걱정을 합니다. 실제로 어제 달린 1그룹에선 졸다가 넘어진 친구들이 많았다고 해요. 혹시나 아이들이 졸까봐 자장가를 크게 불러줬어요. 그렇게 15~20km씩 두 번 또는 세 번을 달리면 점심을 먹습니다. 때에 따라 좀 이르게 먹기도 하고 늦어질 때도 있어요. 오늘 점심은 바지락죽을 먹었어요. 내내 바닷가를 달리며 짠내를 실컷 맡았으니 해산물 한 번 먹어주면 딱 좋을 시점이죠! 오후엔 1팀이 제일 선두에 섰습니다. 저는 제일 뒤로 가서 팀에서 떨어진 아이들을 받아주는 역할을 맡았고요. 그 친구들만 따로 모아 새로운 팀을 꾸려서 아주 느린 속도로 끝까지 달립니다. 전체 주행속도는 따라가기 힘들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기 힘으로 달리고 싶은 친구들이 많아요. 아이들이 용기와 끈기를 보여주었으니 실무자는 책임지고 데려와야죠.
또 말이 길어지려고 하네요. 결론은.. 저는 함께 달리지 못했지만, 오후에 1팀은 아마 잘 달렸을 것이다. 왜냐면 맨 뒤에 있는 저한테까지 떨어져나온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쉬운 건, 뒤떨어진 친구들하고는 많이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작 우리 아이들하고는 자전거 타면서 만나기 참 힘들다는 것 정도.. 여기까지 나눌게요. 내일은 115km를 달립니다. 순례기간 중 제일 긴 거리예요. 목포까지 무사히 들어갈 수 있게 응원부탁드립니다~
아이들 소감을 깜박 잊었네요. 다들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요. 부모님들도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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