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13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

제13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국토순례 후기 2일차

bicycle_YMCA 2024. 6. 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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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국토순례 출발은 오늘이지요. 어제도 힘들게 자전거를 탔지만 그건 연습이라 안 쳐줍니다. 오늘부터 7일 동안 615km를 타야 해요. 재보니까 어제도 한 20km는 탄 것 같아요. 어제 힘들게 올라갔던 그 언덕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기에 일단 출발~

 

생각보다 페달이 가볍고 언덕도 가파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어제는 언덕 중간 버스정류장에 10명 가까이 주저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그 지점을 가뿐하게 모두 통과합니다. 언덕 정상까지 아무도 낙오하지 않고 올라섰습니다.

 

저는 맨 뒤에서 떨어지는 친구들을 챙겨갔는데요, 무전으로 표민이 이름이 들려서 귀를 쫑긋 세웁니다. "1팀, 광명 박.표.민. 체인이 빠져서 길 옆에 섰습니다." 다행히 별 일 아니었어요. 국토순례에 참가한 모든 청소년들이 무사히 완주해야 하지만, 광명 친구들의 건강과 안전이 더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연습 때 상원이가 힘들어해서 걱정했지만 오늘은 아무 탈 없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점심 땐 지쳤는지 밥이 잘 안 먹힌다고도 했는데, 저녁에 씻고 나선 닭백숙을 두 그릇이나 먹어서 안심하고 흐뭇했습니다.

 

제가 1팀장이면서도 계속 1팀과 함께 있지 못하는 상황도 두 그룹으로 나누다 보니 생기는 일입니다. 1팀을 잠시 다른 팀장님께 맡기는 일이 앞으로도 종종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올해는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도훈샘이 우리 아이들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계시니까요. 아이들과 친해져서 장난도 잘 치고, 이것저것 빠트리지 않고 꼼꼼하게 챙겨줘서 참 좋습니다.

 

오늘은 67km를 달렸습니다. 국토순례 기간 중 꽤 짧은 거리였지요. 그래서 중간에 휴식도 많고 모둠별 시간도 많았습니다. 전주에선 경기 전과 전동성당을 구경했어요. 조선시대 건물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따로 가보기 쉽지 않은 곳을 자전거를 타다 들를 수 있어서 뭔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어요.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ㅎㅎㅎ

 

 

오전에 50km 가까이 달리고 나서야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1시쯤 되었던 것 같아요. 배고팠던 아이들에게 군산 지경교회에서 맛있고 푸짐한 점심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밥을 먹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해요. 사실 흐뭇하다는 말보다는 제 고향말인 '오지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보고 있으면 오져요~" ^^

 

땀도 식히고 배도 채웠으니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얼마 안 가서 군산시내로 들어갔어요. 국도를 달릴 때보다 시내 구간 주행이 몇 배로 힘듭니다. 신호등이 많아서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하고, 차량도 많아서 신경이 곤두섭니다. 오후에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서 아이들과 함께 달렸어요. 제 바로 뒤에는 준우가 섰습니다.

 

첫 날 연습 때 준우와 지윤이가 좀 힘에 부치는 것 같아 1팀의 맨 앞에 세우기로 했습니다. 제일 앞에 서면 주행 흐름이나 교통상황이 눈에 잘 들어와서 대처가 빠르고 마음도 비교적 편안합니다. 또 힘들어서 뒤로 흘러도 크게 뒤처지지만 않으면 제일 뒤에라도 붙여서 어쨌든 우리 팀 안에서 챙겨갈 수 있기 때문에 좋아요.

 

안양과 광명이 묶여있는 1팀에 여자친구가 딱 두 명이에요. 광명에서 온 준우와 안양에서 온 지윤이. 안양도 지윤이 혼자 여자라서 준우를 많이 반겨주네요.ㅎㅎ 이번 순례기간에 숙식을 함께 해결하는 짝꿍으로 이어주었습니다. 안양에선 여자선생님들이 많이 오셔서 준우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어요.

 

 

저녁엔 군산청소년수련관에서 닭백숙을 먹었어요. 여유있게 씻고, 저녁도 먹고, 빨래도 해서 널고 나선 잠시 쉽니다. 남자친구들도 같은 방을 쓰게 된 창원 친구들과 잠시 게임을... 제로라고 아시나요? 숨 막힐 듯한 긴장 속에 서로의 입과 손가락을 번갈아 쳐다보고, 내뱉는 숫자와 올라가는 손가락에 따라 한숨과 탄성이 교차합니다.

 

저녁프로그램과 야식이 함께하는 시간. 군산에 왔으니 이성당 빵을 꼭 먹어봐야지요. 이성당의 야채빵과 단팥빵은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하는 문제만큼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크게 다르기도 하고요. 오늘 우리가 먹은 건 야채빵이었습니다. 아이들 만나면 한 번 물어보세요. 정말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먹을 만큼 맛이 있었는지.^^

 

쉴 때마다 주어지는 간식과 끼니때마다 찾아오는 허기, 그리고 밤에 나오는 야식까지.. 이번 국토순례 기간에 살을 빼는 게 목표라는 도훈샘을 흔들리게 합니다.

 

내일은 새만금을 지나갑니다. 방조제를 따라 몇 십km를 앞만 보고 달리게 되는데, 나무그늘도 하나 없어서 뙤약볕에, 지루한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아이들 졸지 않아야 하겠지요? 다행히 광명 친구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모두들 편히 쉬게, 그리고 내일도 무사히 숙소까지 들어갈 수 있게 기원해 주세요.

 

아이들의 오늘 소감입니다.

 

영준 : 집에 너무 가고 싶었어요.

 

상원 : 너무 다리가 아팠어요. 쉬고 싶었어요. 근데 왜 어제보다 오늘이 덜 힘들지?

 

한결 : 재밌었어요.

 

표민 : 역시 한결이형ㅋㅋㅋ(짧고 간단하다고 비웃음) 음.. 저도 재밌었어요. (준우가 생각하는 중에) 그냥 누나도 재밌다고 해~

 

준우 : 야, 난 진지하게 할 거야. 오늘은 계속 오르막이 아니어서 뒤처질 정도로 힘들진 않았는데 가다 서다 해가지고 귀찮았고, 더웠어요. 숙소에서 시간이 여유로워서 좋네요.

 

제원 : 가만히 서 있을 때 더웠어요. 재밌었어요. 처음 왔는데 오늘은 생각한 것보다 그렇게 많이 힘들진 않았어요.

 

 

부모님들도 오늘 저녁에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한 마디씩 댓글로 남겨주시면 내일 아침에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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