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

2024년 제17회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7일차

bicycle_YMCA 2024. 8. 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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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순례가 7박 8일로 끝나는 이유는 지도자의 체력이 그때쯤 한계를 맞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도 충분할 만큼 체력과 기술이 쌓였습니다. 14박 15일도 거뜬해 보입니다. 하지만 14박 15일짜리 국토순례라면 지도자는 선수교체가 필요할 것 같네요. 아마 참가할 때마다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일정이 끝나갈 무렵에는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나중에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가기에 7박 8일로 모자랄 텐데 어떡하나,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은 점심 먹고 난 직후입니다. 아이들도 배가 불러서 몸이 무겁고 다리가 팍팍해서 페달 한 바퀴 굴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점심 후 첫 휴식지까지 코스에서 많은 참가자가 버스에 오릅니다. 오후의 햇볕이 오전보다 훨씬 강렬하다는 증거를 아이들 얼굴과 다리에 뚜렷하게 남겼습니다. 죄다 왼쪽만 탔습니다. 일찍부터 타기 시작한 아이는 벌써 새까매졌고, 이제 막 탄 아이의 피부는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힘들어 죽겠다는 말도 안 나오고, 나 좀 살려달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정말로 힘들어 죽을 것 같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였습니다. 어질어질해지는 뙤약볕 아래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자니 기후위기가 아주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경험 덕분에 극한의 기후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도 잘 살아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고요. 단지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를 지키는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살포시 얹어봅니다.

 

 

 

 

국토순례의 그 어느 일정도 그냥 알아서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로드팀은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며 대열의 앞뒤를 지켜줍니다. 자전거 대열에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로드팀이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손길들이 해마다 국토순례를 지켜왔습니다.

 

의료팀은 크고 작은 부상과 질환을 가지고 찾아오는 아이들을 살피고 필요한 처치를 해주십니다. 차량으로 대열을 뒤따라오다가 아이가 넘어지거나 너무 힘들어서 자전거를 세우면 곧장 달려와 챙겨주시지요.

 

의료팀이 판단하여 자전거 주행을 계속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버스에 탑니다. 버스에서는 아이들이 언제 왜 탔는지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컨디션이 회복된 아이는 다시 내려보내 자전거를 태웁니다. 작년부터 국토순례에 함께해주시는 버스 기사님은 아이들을 좋아하셔서 삼촌이나 동네 형 같이 장난도 걸어주고 도로에서 적극적으로 자전거 주행을 도와주시는 능력자이십니다.

 

프로그램팀의 꼼꼼한 준비 덕분에 아이들이 저녁 시간을 즐겁고도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특히 작년과 올해 아이들끼리 돈독한 관계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단지 규모가 작다는 것 외에도 프로그램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습니다.

 

총무팀은 식사와 숙소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밥과 시원한 숙소가 없었다면 아이들이 아침마다 새롭게 기운을 차려서 달릴 수 없었을 겁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는데, 홍보팀이 전하는 사진으로 아이들 모습 매일 보고 계시지요? 홍보팀 선생님들은 사진을 어떻게 찍으면 아이들이 이쁘게 나오는지 잘 아시는 것 같아요.

 

보급팀은 주행 중 휴식지마다 아이들에게 시원한 물과 음료, 간식을 제공해주십니다. 잠깐 서서 쉴 때도 아이들의 눈은 보급 차량이 어디 있는지부터 찾기 바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진행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끊임없이 신경을 쓰고 판단해야 하는 운영국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중에 자전거가 제일 쉬운 것 같습니다.

 

정말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더위를 뚫고 달려온 길입니다. 올해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누구보다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밤은 화려한 장기자랑으로 흥과 끼를 나누었습니다. 각자의 장기를 선뜻 내보이고 서로의 무대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청소년들의 열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함께 더위를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이 그 뜨거운 가슴에서 나왔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렸습니다.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단지 더위를 견디고 버틴 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열대야를 압도하는 청소년의 열기야말로 진정한 이열치열을 보여주었습니다.

 

2024년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과 지도자, 그리고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건강한 여름 나기를 바라며 자원지도자로 함께 한 7박 8일의 기록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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