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

제15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2일차

bicycle_YMCA 2024. 7. 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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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풍경1

6시 알람소리에 아무도 눈을 뜨지 않습니다. 불을 켜니 그제야 눈을 찌푸리며 몸을 뒤척이는 아이들, 헤이쥬드를 틀자 하나둘 몸을 일으킵니다. 자전거 주행복장으로 갈아입고 나머지 짐을 모두 싸서 트럭에 싣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아이들이 다 일어난 듯 싶어 저도 한참 짐을 싸다 둘러보니 아직도 엎드려 하늘로 쳐들린 커다란 엉덩이 하나가 보입니다. 찰싹 두들기니 벌떡 일어나서 갑자기 이불을 개는 모습이 꼭 안 자고 있었던 아이 같이 보입니다. 뭘 해야 하는지는 모르면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니 누구냐고요? 병찬이었습니다.

 

아침 풍경2

자전거 옷을 챙겨 입느라 아이들이 바쁘게 움직이는데, 국호가 다급하게 다가와서 말합니다. "선생님, 자전거 옷이 없어졌어요." 국호는 어제 내려오는 스타렉스 안에서도 "선생님, 고글을 안 가져왔어요." 그랬거든요. "너 이눔시키!" 그럼 도대체 저 큰 가방에는 뭘 담아왔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분명히 가져왔는데 없어졌다고 억울해합니다. 국호 특유의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죠. 억울코라는 별명에 딱 어울리는 그 표정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옆에서 듣던 해민이가 "나도 뭘 많이 잃어버리는데, 나중에 보면 옆에 빠져서 깔려있더라고.." 합니다. 국호가 가방이 놓여있던 자리로 가서 이불을 들추니 아니나다를까 그 밑에서 옷꾸러미가 떡하니 나타납니다. 해민이가 뭘 많이 잃어버렸던 경험이 이런 데서 도움을 주네요. 국호의 은인입니다.

 

 

발대식을 마치고 첫 라이딩.. 20여km를 쉬지 않고 달리니 이제 진짜 시작인건가 실감이 나는 듯 합니다. 벌써 15회째 진행되고, 저는 5년째 오는 국토순례입니다만 해마다 첫날은 어수선합니다. 아이들도 로드팀도 새롭게 호흡을 맞춰나가기 때문입니다. 구령을 큰 소리로 따라 외치는 게 낯설어서 전달이 안 되고 자꾸 끊기기 일쑤입니다. 기어변속도 어설퍼서 오르막을 오르다가 무거운 기어를 걸기도 하고 갑자기 기어를 바꾸다가 체인이 빠져버리는 자전거도 속출합니다.

 

드디어 첫 휴식지에 도착해서 물과 간식을 받습니다. 앉아서 쉬는 아이들의 멍한 표정에 무슨 마음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힘들었어? 하고 물으니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건 산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 아파서 자전거를 못 타겠어요!"라며 힘차게 소리치는 건 병찬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힘들긴 하지만 이 정도는 거뜬해요'라는 표정으로 씩 웃는 건 창학입니다. 옆에 해민이가 앉으면서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힘들어? 네, 힘들어요.. 쌤, 몇 밤 남았어요? 이제 겨우 하룻밤 잤을 뿐이고, 자전거는 오늘 처음 타는 건데 몇 밤이나 남았냐는 질문은 뜻밖입니다.

 

 

동주랑 민영이는 느닷없이 내년 이끼반 중 누가 올까? 얘기를 나누다가 저한테 묻습니다. "음.. 선우랑 지성이는 올 것 같고, 지형이는 진숙이모가 가면 좋겠다고 했었고, 원재는 올해 경륜장 자전거 프로그램을 하니까 관심이 생길지도 모르고, 석주는 꼬시면 넘어올 것 같은데.. 유섭이랑 윤재는 잘 모르겠네..? 운동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야구 말고 다른 것도 좋아하나??" 그러니까 민영이 하는 말이 석주는 오고 싶다고 했었다네요. 자기 말로 자전거를 잘 탄다고 했다면서요.

 

올해 데려오지 못해서 가장 아쉬운 건 서희입니다. 혼자 오기는 좀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물론 광명친구들과 함께 오지만 씻고 자고 하는 생활을 같이 지낼 친구가 있으면 든든하고 의지가 될 테니까요. 여자친구들이 여럿 같이 온 지역을 보면 참 부러워요. 수원과 마산에서 많이들 옵니다. 막상 오면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다 할 만 하거든요. 내년엔 자전거 연습이 면접숙제이자 성장목표인 윤서를 앞세우고 서희랑 정언이를 붙여볼까요? 여기까지 한여름밤의 꿈이었습니다...

 

150명 전체 참가자를 3팀으로 나누었습니다. 광명이 속한 1팀에는 안양, 여수, 창원 친구들까지 50여명이 함께 달립니다. 저는 1팀의 맨 앞에서 달리느라 우리 아이들 달리는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무전으로 전해지는 소식으로 뒤에서 잘 따라오겠거니 짐작을 합니다. 무전으로 광명 아이들 이름이 안 들리면 잘 달리는 겁니다. 어느 지역의 누가 힘들어서 뒤쳐지고 있다거나.. 아파서 자전거를 못 타고 의료차량에 탄다거나.. 자전거 고장으로 다음 휴식지까지 차량으로 간다거나.. 다쳐서 응급처치가 필요하다거나.. 이런 일로 무전이 오거든요. 설명이 길어지는 이유는 무전이 왔기 때문이죠.

 

"1팀 친구가 고글을 놓고 왔답니다. 휴식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한 상황입니다. 이름은 얘기 안 했지만 이건 볍씨다.. 감이 왔어요. 들모임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쌤, 교통카드 놓고 왔어요~" 하는 얘기를 거의 매주 듣거든요. 교통카드만이 아니라 도시락, 모자, 잠바에다 심지어 가방을 통째로 두고 오는 일도 있어요. 차마 누구냐고 묻지도 못하고 페달을 밟는데, 다시 무전이 옵니다. "광명 이해민, 고글을 찾아서 후미팀과 함께 출발합니다." 해민이가 아침엔 국호 옷을 찾아주더니 오후엔 고글을 잃어버렸다 찾아오는 위엄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해민이에게 잔소리 한 마디 하고 넘어가야죠. 숙소에 들어와서 어디서 찾았냐고 물었더니 멋적게 웃는 해민이 대답이 정말 걸작입니다. "아, 그거요.. 제 뒷주머니에 있었어요..."

 

 

저녁시간에는 레크레이션과 모둠활동이 이어집니다. 음악을 1초만 듣고 무슨 노래인지 맞추는 게임에는 병찬이가 참가했습니다. 흘러나오는 온갖 유행가를 듣고 어리둥절한 채로 앉아있다가 돌아왔어요. 지압판 위 줄넘기는 창학이가 자신있게 참가했으나 아쉽게 예선탈락입니다. 해민이는 눈치게임에 참가했답니다. 오늘 야식은 의령의 특산품 망개떡입니다. 저는 이름도 처음 들어봤는데 민영이는 많이 먹어본 음식이라네요.

 

오늘의 소감

이은 : 좋았습니다. 할만 했어요.

국호 : 재밌었어요.

창학 : 좀 힘들었는데 내일은 더 열심히 해볼려고요.

민영 : 많이 힘들진 않았어요.

해민 : 예상보다 많이 안 힘들고 잘 라이딩해서 뿌듯하고 앞으로 남은 날도 차근차근 잘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동주 : 그렇게 힘들진 않고 적당히 할만 했어요. 그리고 밥이 맛있었어요. 제일 좋은 건 고기반찬이 세 끼 다 나오는 거예요.

산 : 앞에서 계속 간격이 떨어졌다 붙었다 해서 힘들었어요.

병찬 : 너무 힘들었어요. 경사가 너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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