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14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

제14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3일차

bicycle_YMCA 2024. 7. 4.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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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숙소가 캠핑장이었잖아요? 텐트 4~50동에 3명씩 나눠 들어가 잡니다. 에어컨도 없고, 널찍하게 누울 수 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덥다며 난리예요. 텐트 사방을 열고 자면 얼마나 추울지 상상이 안 되는 거겠죠? 영준이랑 상훈이는 차라리 밖에서 자겠다며 매트를 끌고 나와 마당에 드러누웠습니다. 어쩌나 보려고 내버려뒀는데, 5분도 안 지나 모기를 피해 다시 텐트로 들어갔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씩 웃으면서 텐트에 들어가 누웠는데 자갈밭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자다가 허리든 목이든 한 곳은 근육이 뭉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밤새 불편하게 자면 안된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뤘어요. 차라리 잠이라도 편히 잘 걸 그랬나봐요. 아이들은 바닥이 좀 울퉁불퉁한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잘 쉬었나봅니다. 아, 상훈이는 좀 더웠다네요. 이은이는 덥다가 추웠다는군요.

 

오늘 오전도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서 시원하게 달렸습니다.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일까요? 그러고보니 작년에도 자전거를 탈 땐 많이 더웠던 기억이 나요. 도시가 특히 더웠고, 시골길은 햇볕이 있어도 비교적 시원했습니다. 강원도에서 가장 큰 춘천을 지나왔으니 앞으로는 도시의 열기를 만날 일은 없겠네요. 전에 누가 그러더라고요. 앞으로 온난화가 더 심해지면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서 도시를 탈출하게 될 거라고요.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요.

 

구름도 잔뜩 끼었겠다, 자전거를 달리니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주고, 하루 타보니 호흡도 제법 맞아가면서 오전 달릴 거리를 순식간에 주파했습니다. 11시도 전에 점심 먹을 장소에 도착했어요. 혼자 생각으로는 아침을 먹은지도 얼마 안 되었고, 시원할 때 조금이라도 더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 구간 더 가서 점심을 먹으면 어떨까 싶지만, 이미 교회에서 점심을 준비해주고 계셔서 어렵습니다. 참가자 120여명, 지도자 30여명 등 총 150명이 넘는 일행이라 그때그때 순발력있게 일정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아요. 어쨌든 그 덕분에 여유가 생겨서 잠시 쉬었다가 점심을 먹고 1시간 가량 낮잠을 잘 수 있었네요. 김화제일교회에서 예배당을 빌려주시고, 식사도 준비해주신 덕분에 편히 쉬었습니다. 정말 꿀잠을 잤어요.

 

점심 먹고 쉴 때는 햇볕이 쨍쨍했는데, 출발하려고 보니 다시 구름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그냥 선물은 아니고, 국토순례를 무사히 완주하길 바라는 여러 부모님들의 마음에 하늘이 응답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날 연습주행을 하고, 둘째 날 주행을 마치고 나서 생긴 큰 고민은 오르막이 보이면 아예 발을 내려버리는 아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4번째 참가인데, 이렇게 쉽게 포기하고 주저앉는 아이들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날씨 때문인가도 생각을 해봤지만 그보다는 연습량과 의지가 부족한 것 같아보였어요. 가파르고 높은 언덕이 나오면 이 악물고 욕을 내뱉으면서도 기를 써서 올라가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어제 보인 모습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안타까웠지요. 저녁에 로드팀이 따로 모여서 어떻게 아이들을 잘 데리고 갈 수 있을까 한참 회의를 했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저마다 경험이 다르고 지역의 사정이 달라 쉽게 모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아이들이 최대한 자신의 힘으로 타보게 하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서 버스에 태우기로 했어요. 현장에선 결국 지도자의 세심한 관찰과 정확한 판단을 믿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새삼 책임이 무겁게 다가왔네요.

 

오후에는 말고개를 넘었습니다. 철원평야를 지나 화천을 넘어가려니 우뚝 솟은 산들이 버티고 있더군요. 저기 어디만큼 나즈막한 고갯길이 있겠거니 하며 달리는데 생각보다 높이 올라갔습니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해발 690m라는 표지판이 있었어요. 도덕산과 구름산이 200m 이쪽저쪽이니 두 산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이 올라간 거죠. 오르막길만 3km, 끝없이 굽이치는 고갯길을 올라갑니다. 회의에서 정한 대로 느린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쫓아올 수 있게 최대한 속도를 맞춰서 올랐어요. 중간 정도까진 대부분의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고 대열을 이루어서 따라옵니다. (잠깐 딴 소리이지만, 오르막길엔 달렸다는 표현이 잘 안어울리네요.^^;) 마지막 1km를 남기고선 또다시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나가는 아이들을 가슴 아프게 볼 수 밖에 없었어요.

 

선두 10여명을 정상에 올려놓고 목을 축인 다음 다시 뒤떨어진 아이들을 데리러 언덕 아래로 향하는데 얼마 내려가지 않아 1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광명친구들은 안양, 평택과 함께 1팀입니다.) 몇은 끌고, 몇은 타고, 또 몇몇은 앉아 쉬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왔습니다. 한결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뒤에 바짝 따라왔고, 이은이는 중간에 조금 뒤쳐졌지만 대열에서 떨어지지 않고 올라왔고요. 표상이는 제가 막 다시 내려가려고 할 때 마주쳤습니다. 발을 내리지 않고 올라왔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어요. 내려가다보니 영준이랑 상훈이가 길가에 앉아있었는데 저를 보더니 하는 말이 3분만 더 쉬었다 올라가겠답니다. "OK!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어!"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그리고선 어제 하루 경험으로 아이들을 섣불리 판단한 것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하루하루 아이들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집니다. 선두가 도착한지 거의 20분이 지나서 마지막 친구가 정상에 도착할 때는 모두들 환호하며 응원해줬어요.

 

말고개 3km를 올랐으니 그만큼 내려가야겠지요? 그 뒤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편안했고, 아이들 다리에도 자신감이 넘쳐보였어요. 어젠 힘겹게 비틀거렸을 오르막을 가뿐하게 차고 올랐습니다. 잘한다고 칭찬 많이 해줬습니다. 자전거를 탈 땐 칭찬보다 혼날 일이 많거든요. 뭣 때문에 혼나는지는 다음에.. 밤이 늦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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