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14회 한국YMCA 청소년자전거 국토순례

제14회 한국YMCA 청소년통일자전거 국토순례 후기 2일차

bicycle_YMCA 2024. 7. 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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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5시 30분 기상 알람이 울리고, 저는 눈을 감은 채로 아이들에게 일어나서 준비하자고 얘기합니다. 아무도 안 일어나죠. 천근은 나갈 것 같은 눈꺼풀을 겨우 밀어올리고, 만근쯤 되는 몸을 일으켜 앉아서 아이들을 질벅거리며 다시 깨웠습니다. 그제야 아이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데, 일어나라는 소리를 들은 척도 않는 녀석이 한결과 이은이네요. 허벅지를 한 번씩 주물러주니 벌떡 일어납니다.

 

아침주행은 정말 시원했습니다. 어제 연습으로 달렸던 그 길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수 있나요. 어제도 호반길이 이쁘다는 생각을 했는데, 서늘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길은 완전히 딴세상이었습니다. 게다가 강물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운치를 더했네요. 물안개 어쩌고 하는 노래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노래를 몰라서 흥얼거릴 수가 없어 안타까웠어요. 아침 강가에 다슬기를 줍는 분들을 봤는데, 그것도 참 낯선 광경이었어요. 보통 갯벌에서 뭘 줍거나 캐는 사람들은 많이 봤는데, 강가에선 낚시를 하는 사람들 모습이 익숙하지 않나요?

 

강원도하면 산! 첩첩산중에 들어앉았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사방을 둘러보면 온통 짙푸른 산인데, 그 산등성이 사이를 조금 흐릿한 산들이 메꾸었고요. 그 사이 골짜기 너머에는 또 더 흐릿한 산들이 들어차있습니다. 색조만 없애면 그대로 산수화가 될 것 같은 풍경이었어요.

 

강원도엔 산뿐인 줄 알았더니 물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아침에 만난 북한강변은 맛보기 정도였어요. 굽이굽이 고갯길을 따라 올라가는 옆으로 계곡이 굽이치며 흘렀습니다. 바위 사이 물결에, 물보라에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경치에 감탄을 하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나도 모르게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이 들어간 거죠. 아차 싶어서 서행.. 서행.. 되뇌입니다.

 

오르막 중간에서 상훈이랑 영준이가 사이좋게 버스를 탔습니다. 자전거에서 발을 내리고 더 이상 못타겠다고 했답니다. 휴식지에선 표상이도 머리가 아프다면서 버스를 탔습니다. 2년 전엔 한 번도 버스를 타지 않고 완주했던 표상이였지요. 그리고 작년에 버스를 태워달라고 그리 조르던 영준이도 결국은 끝까지 자전거로 완주를 했어요. 첫날부터 버스 맛을 봤으니 앞으로 자전거를 타는 시간보다 버스 타는 시간이 더 길어질까 걱정입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표상이가 하는 말이 내년엔 아빠랑 함께 와야겠다네요. 아빠랑 같이 왔을 때는 힘들어도 참을 만 했는데, 올해는 너무 힘들답니다. 사실은 지도자들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대부분 지도자들이 웬만하면 아이들이 힘든 고비를 이겨내고 끝까지 완주하는 경험을 갖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우리 지역 아이가 버스에 탄다고 하면 일단 말리고 더 타보자고 설득을 하지요. 그런데 올해는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반도가 온통 뜨거운 더위에 달아올라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혹시나 이 더위에 사고를 당할까봐 그렇습니다. 그래서 버스에 타겠다는 아이들을 애써 말리지는 않기로 했다는 거죠.

 

점심을 먹고, 오르막을 열심히 오르고, 그러다 힘들어하고, 내려서 끌고, 아프면 버스도 타고, 휴식지에서 간식도 먹고 하다가 마지막 구간을 달려 숙소로 들어갑니다. 오늘 숙소는 철원에 있는 캠핑장입니다. 애들도 지치고, 저도 지쳐서 묵묵히 페달만 밟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한참 동안 오르막이 나오질 않고 있었지요. 그러고보니 여기가 철원이더라고요. 철원은 나름 유명한 평야잖아요? 아하, 강원도가 몽땅 산은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감사한 마음과 함께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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